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반려동물보험, 이른바 펫(PET) 보험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 시대가 열리면서 반려동물을 평생 책임져야 할 가족으로 여기는 보호자가 늘어나고 있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체계적인 건강관리로 반려견 또한 사람처럼 수명이 길어지면서 '반려견 20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고령화 현상이 업계 이슈로 떠오르면서 고령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실버펫' 산업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노인견 영양식품, 보험서비스, 장례서비스 등 사람들을 위한 '실버산업'과 비슷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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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양육비 증가와 펫보험 가입
반려동물을 키울 때 쓰는 양육비 등을 조사한 결과, 최근 2년간 반려동물 치료비 지출 규모가 크게 늘었다. 2년 전 46만 8000원에서 31만 9000원(68.2%) 늘어난 78만 7000원으로 집계됐다. 치료비들 중 정기검진이나 엑스레이, CT, MRI 등을 이용한 '정기·장비 검사' 지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의 월평균 반려동물 양육비가 15만 4000원으로 연간 비용이 180만 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양비 등을 제외한 양육비와 치료비로 260만 원가량 쓴 셈이다.
만만치 않은 치료비 때문이었을까. 반려인 10 가구 중 9 가구는 반려동물 보험으로 불리는 '펫보험'이 2년 전(39.1%)에 비해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응답자 중 실제 보험에 가입한 가구는 11.9%에 불과했다.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반려동물보험 가입자는 5만 5000여 명으로 전체 반려인 추정치의 0.8%에 불과합니다. 10명 중 1명 이하가 가입한 것.
펫보험 가입이 저조한 이유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로는 보험료 부담이 커서(48.4%), 보장 범위가 좁아서(44.2%), 보장 금액이 적어서(23.3%)라고 답했다. 보험연구원 조사에서도 상품 다양성 부족, 제한적인 보장 범위 등이 지적됐다.
실제로 시중 반려동물 보험을 보면 규제되는 부분이 많다. 일반적으로 연령제한은 대부분 있다. 반려동물의 수명을 고려해 9세 이상 대다수는 반려동물 가입을 받지 않는다.
또 반려동물이 다른 품종에 비해 자주 아프거나 유전적 질환이 취약한 특정 품종일 경우에는 보험료가 더 높아진다. 이 때문에 월 3만~4만 원을 내는 품종도 있지만, 6만~7만 원을 내야 하는 품종도 있다. 그 밖에 반려동물의 병원 방문 횟수와 입원·외래 횟수에 따른 한도도 정해져 있다.
비급여(자기 부담금)와 보장비율 적용도 있어 반려동물보험 가입 문턱이 높다. 예를 들어 A 씨가 키우는 반려동물이 통원치료를 받고 진료비 10만 원을 지불했다면 10만 원을 전부 돌려받을 수 없다. 반려동물보험의 경우 자기 부담금이 1만~50만 원, 보장비율이 50~90%인데 A 씨가 자기 부담금 1만 원 보장비율이 80%인 상품에 가입했다면 진료비 10만 원 중 자기 부담금 1만 원을 제외하고 9만 원의 80%인 7만 2000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반려견 20세 시대 도래와 보험회사들의 펫보험 출시 러시
수의학계에 따르면 반려견의 나이가 7세(사람나이 40세)를 넘으면 '노령견'으로 간주된다. 10세 이상(사람나이 50세)은 고령견, 13세 이상(사람나이 60세)은 초고령견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반려견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10~12세가 넘어야 노령견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려견의 수명은 점차 늘어 최근 20세에 육박하고 있다. 100세에 해당하는 사람, 반려견도 인간과 함께 장수를 누리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보험 가입 연령도 확대되는 추세이다. 동물들도 나이가 들수록 병원을 많이 찾게 되기 때문에 보험 기피 대상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가입 연령이 대부분 7~8세로 제한돼 있었다. 심지어 5세 이상은 가입할 수 없는 보험도 있다. 하지만 노령견이 늘어나면서 한화손해보험의 '펫플러스' 보험은 가입 연령을 만 10세 이상 노령견으로 확대했고, DB손해보험의 아이러브펫은 3년 갱신형에서 20세까지 보장하고 있다.
한편 보험업계의 펫보험 상품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펫보험 시장 점유율 1위는 2022년 기준 78.3%의 메리츠화재였지만, 지난해 말부터 국내 주요 보험회사에서 펫보험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최근 KB손해보험은 1년여의 연구 끝에 'KB 금쪽같은 펫보험'을 출시했고, 메리츠화재는 5월 2일 반려동물보험 시장점유율이 60%가 넘는 '펫퍼민트'보다 저렴한 신제품 2종, (무)펫퍼민트 퍼피 앤 러브(Puppy&Love)와 (무)펫퍼민트 캣앤러브(Cat&Love)을 출시했습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9월 '웰빙 도그'를 출시해 큰 인기를 얻었고, 이에 힘입어 올해 3월에는 반려묘 전용 다이렉트 보험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1월 반려견 전용 펫보험 '건강한 펫케어보험'을 출시했습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4월 자사 상품에 특약으로 가입할 수 있는 '펫투게더플랜'을 출시했다.
블루오션이 되기 위한 펫보험의 숨은 과제들
우선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반려동물 등록제' 문제가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반려견 체내에 마이크로칩을 넣는 동물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2021년 기준 등록률은 53%에 불과하다. 보험사들은 등록이 안 돼 있으면 보상을 신청한 반려견이 보험에 가입한 반려견인지 가려내기가 어려워 심사가 원활하지 않고, 보상 폭이 큰 상품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물진료 관련 진료기록부도 발급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보호자가 요청을 해도 수의사는 진료기록부를 발급할 의무가 없다. 보험사 입장에선 진료기록부 없이는 손해가 확정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여러 건 국회에 발의됐지만 수의사들의 반발로 논의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우선 정부는 반려동물 진료 항목 표준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빈도가 높은 반려동물 진료 항목 100개를 내년까지 표준화하겠다고 했지만 연내 조기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표준진료 항목은 '중성화 수술' 등 10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역시 수의사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진료의 품질에 따라 진료비의 차이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일괄적으로 진료비를 표준화할 경우 전반적인 동물의료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직 제도적 기반이 미비하고 이해관계자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정부가 다소 '과속'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조만간 '펫보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의 종류, 연령대, 질병 특성에 따라 보험료와 보장범위가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방향성 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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