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블랙머니란 무엇인가
먼저 블랙머니는 경제용어로 '한 사회의 공적인 통로를 통하지 않고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돈'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영화 <블랙머니>의 주요 내용은 론스타게이트 사건의 전말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사실 보통 국민들은 뉴스로만 접했던 론스타게이트가 개인과는 상관이 없는 은행권이나 정부와의 관계일 거라고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영화 <블랙머니>는 경제금융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도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합니다.
그럼 여기서 론스타게이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론스타게이트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와 경영권을 인수하고, 다시 매각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논란들과 사건들을 통칭하는 의미입니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정부는 부실경영으로 부도위기에 처한 외환은행의 정상화를 위해 해외 자본 유치를 결정합니다. 이때 처음 출자에 참여한 회사가 독일계 은행기업인 코메르츠방크입니다. 코메르츠방크는 외환은행 정상화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여 한국정부의 증자 참여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 제안을 한국정부가 수락하게 됩니다. 그러나 국내 외환위기는 더욱 심화되어 심지어는 건실하던 현대건설, 현대전자 조차 연이어 부실화되면서 외환은행 또한 경영 악화가 가속화 되게 됩니다. 추가 증자에 부담을 느낀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결국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합니다. 이때 외환은행을 매각한 회사가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입니다.
여기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는 크게 2가지 문제점이 제기 됩니다. 하나는 인수자격 문제입니다. 당시 은행법에는 해외의 은행 또는 국내 금융기관과 합작한 금융자본만이 시중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습니다. 산업자본에 속했던 론스타가 국내 금융기관과 합작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예외조건이 딱 한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BIS 비율이 8% 이하의 부실 금융기관에는 예외규정을 적용받아, 론스타 같은 산업자본이 단독으로 인수할 자격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BIS 비율이란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은행의 위험자산(부실채권) 대비 자기 자본비율로써, 그 비율이 8% 이하에 해당하면 부실은행으로 간주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에 보고되는 외환은행의 BIS비율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헐값 매각 논란입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 한지 석 달만에 외환은행의 주가가 급반등 하여 1조 원의 평가이익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2005년 당시 최경환 국회의원은 외환은행이 BIS 비율을 조작하여 론스타를 도왔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론스타는 2006년 외환은행 재매각을 추진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하나금융지주에 4조 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합니다. 그러나 론스타는 재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승인절차를 지연시켜 매각 금액이 더 낮게 매각되었다는 이유를 내서워 한국정부를 상대로 국내투자분쟁해결센터(ISDS)에 5조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합니다. 기나긴 소송 끝에 2022년 중재재판소의 최종 판결이 납니다. 한국정부가 패소하였고 론스타의 당초 요구액인 약 6조 원의 4.6%에 해당하는 배상액 2,925억, 지연이자 1,000억, 소송비용 470억을 포함함 총 4,500억 원을 배상하라는 최종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배상액은 론스타가 요구했던 금액보다는 한참 낮고 이 정도 금액에 선방했다는 정부 측 발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대한민국이 국제분쟁에서 사모펀드에게 패한 것입니다. 배상금은 오롯이 국민의 혈세에서 나갑니다.
2. 영화 <블랙머니>를 통해 본 금융스캔들
영화 <블랙머니>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사모퍼드 론스타의 금융사기사건을 소재로 다룬 영화입니다. 극 중에는 실존인물도 있고 허구의 인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 명의 허구의 인물 중 진정한 허구인물은 조진웅 배우가 주연을 맡은 양민혁 같은 정의로운 검사입니다. 지금껏 론스타게이트로 구속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결국 정의는 역사 속으로 살아지고 죄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오롯이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영화 <블랙머니>는 외환은행 매각 스캔들의 실체를 우리들에게 다시 상기시키기는 하였지만, 바로 전에 개봉되었던 영화 <국가 부도의 날>과 내용이 다소 중복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 <블랙머니>를 보고 난 후 개인적으로 조진웅의 인생영화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재밌게 본 것 같다. 영화 속에서는 한국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몇 명의 이너서클이 등장합니다. 론스타 사모펀드에 투자된 자금이 소위 말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의 자금일 거라는 심증만이 존재하는 사실 때문에 검찰은 자체 조사를 중단해 버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부정을 정의로 뒤바꿔버리고, 자신의 판단이 모두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궤변을 늘어놓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머니게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약탈적 금융사회가 지배했던 과거에서 지난 2011년 초반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에 항의했던 '반월가시위' 운동을 계기로, 이제는 금융권에서도 스스로 반성하고 서민을 위한 따뜻한 금융, 포용하는 금융만이 더 오래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해 봅니다.
3. 정지영 감독의 다른 작품들
정지영 감독의 주요 필로그라피를 보면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천안함 프로젝트>, <국정교과서 516일:끝나지 않은 전쟁> 등이 있다. 영화 제목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지난 과거의 여러 역사적 사건들을 사회에 고발하는 성격의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영화 <블랙머니> 또한 론스타게이트를 소재로 한 영화이기도 하다. 정지영 감독은 시사회에서 항상 관객들에게 이런 얘기를 자주한다. 국민들이 알아야 할 사건의 진실들을 영화를 통해 더 상세히 알려주고 싶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면서 고쳐 나갔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한다. 영화를 소재로만 봐서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해도 감독의 의도를 더 잘 표현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실존인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극적 에피소드를 가미하면 직설적으로 풍자할 수 있는 영화가 더 편하게 다가온 것 같다. 우리들이 뉴스를 통해 이미 한 번쯤은 들었던 정부 금융 관료들만의 이너서클이라 할 수 있는 일명 모피아(MOFIA)를 영화를 통해 접하니 더욱 이해가 빨랐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 관람에만 끝나지 않고 관련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쯤 검색해 보지 않았을까.
Tip. 영화 '블랙머니' 티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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