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낮추는 임금피크제는 현행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2022년 5월 26일 나왔습니다.
업계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주목받았던 신한투자증권이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앞서 2022년 신한투자증권 전·현직 임직원들은 임금피크제로 삭감된 임금을 돌려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2011년부터 53세 이상 직원을 '전문위원'으로 전환해, 정년인 만 58세까지 매년 10개월치 급여를 지급했습니다.
이후 최소 정년을 만 60세로 하는 내용을 담은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신한투자증권은 노동조합 단체협약을 통해 2016년부터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위원 전환 대상자의 연령도 기존 53세에서 55세로 조정됐습니다.
하지만 직원 측은 "정년을 연장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자의 임금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신한투자증권의 임금피크제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업무부담 경감 등 임금삭감 조치가 마련되지 않아 고령자고용법이 금지하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임금차별'에 해당돼 무효"라고 밝혔습니다. " 그러면서 2019년 7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미지급 임금, 퇴직금 등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신한투자증권의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로 연령차별을 한 경우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습니다. " "△도입 목적의 타당성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가 받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삭감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적정성 등을 고려할 때 위법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1. 임금피크제의 필요성
임금피크제란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점진적으로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국내에서는 2001년경 금융기관에서 알게 모르게 시행되어 오다가, 본격적으로 신용보증기금이 2003년 도입된 것이 시초로 봅니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평균수명 향상에 따라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조직은 글로벌 무한경쟁에 따른 경영혁신 압박을 계속 받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인력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는 근로자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대량실업, 노인빈곤 등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이 둘의 문제를 절충한 임금피크제 방식입니다.
2. 임금피크제 유형
1) 정년보장형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규정된 정년 보장을 전제로 퇴직 전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국내 기업은 대부분 정년보장형입니다.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가 많은 조직에서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큰 반면 근로자의 조직 투입 및 조직 충성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2) 정년연장형
근로자 정년 연장을 전제로 연장된 정년에 맞춰 정년 전 임금 수준을 조정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직원들의 반발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3) 고용연장형
우선 정년이 된 직원이 퇴직하고 계약직 등으로 고용을 연장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면 퇴직자는 퇴직 전 임금 수준보다 낮은 임금을 받게 됩니다.
3. 기대효과와 문제점
1) 기대효과
이론적으로 임금피크제를 통해 기존 연공서열 제도에서는 고평가 된 장년층의 임금이 낮아집니다. 반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이들을 고용할 유인이 눈에 띄게 늘어나 중년층 근로자를 더 오래 고용하도록 해 중년층이 실업이나 자영업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겁니다. 실제 많은 대기업이 정년 연장에 합의하면서 인건비 해소 차원에서 임금피크제가 불가피해졌습니다. 게다가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대기업이 이들을 붙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들 장년이 자영업 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 자영업 시장의 경쟁 과열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1인당 업무량을 줄여 추가 업무와 업무 강도를 낮추고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문제점
이론적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현실에서 나타나지 않습니다. JTBC 뉴스룸 팩트체크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에도 청년 고용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21년 8월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연장 대책으로 나온 제도 중 임금피크제만이 50대 근로자의 계속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청년 고용도 늘리지 않고 장년층 정년도 보장되지 않아 직원 수가 줄었습니다.
① 실질 임금만 삭감
임금피크제의 본래 목적은 임금조정을 통해 고령근로자의 계속고용을 보장하고 신규인력 채용을 확대하는(이른바 '잡셰어링') 것이었으나 국내 기업조직 특성상 인건비 감소를 이유로 신규채용을 소홀히 하고 있으나, 단순히 고령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기 위해 남용될 우려가 있습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전반적인 임금 수준은 이전과 비슷한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연령 근로자를 싸게 쓴 뒤, 사후 책임을 지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게다가 우리나라의 평균 정년은 약 50세 정도인데, 이 정년마저도 자발적이지 않고 강제적이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낮은 실제 정년으로 기대했던 총급여가 하락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② 고용 증대의 불확실성
앞서 언급했듯이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해 절약한 자원을 신규 고용에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애초 제도의 특성상 청년층 근로자를 직접 타깃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과근무와 휴일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이 일상화된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에서 기업들은 신규채용보다는 기존 인력을 가동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사장이나 회장이 자신이 쥐고 있는 사람에게 이익을 전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애당초 경제학의 합리적인 선택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신규채용 여부는 신규채용 시 이익과 신규채용 시 비용을 비교한 결과에 따라 결정됩니다. 기존 기업이 지출한 비용에 대한 고려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기존 지출비용을 줄여도 결국 신입사원을 채용할지 여부는 신입사원을 한 명 늘렸을 때의 생산성과 신입사원에게 지급되는 임금을 비교해 결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신입사원에게 지급되는 임금에 비해 생산성이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면 그 직원이 채용인원에 미달하더라도 채용되지 않습니다. 임금피크제는 기업의 재무 개선에만 기여할 뿐 노년층이나 청년층의 복지 및 고용 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을 비롯한 중견·중소기업 채택률이 낮습니다. 중견중소기업의 고용인력 상대 의존도가 높은 편(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기업판매를 책임지는 것) 장기 고용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인력으로 임금을 삭감하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고 신규 인력의 사기 저하, 고연령의 고기능 인력 이직 등 사기업이 채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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