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 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 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 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1. 사건의 경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사내협력업체에서 근로하던 최병승이 2007년에 쏘아 올린 작은 공이 2022년 15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 대법원은 지난 2022. 10. 27.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현대차'_와 기아 주식회사(이하 '기아차')의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총 1,580여 명에 대해 최종적으로 판결하였고, 이는 이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등의 소를 제기한 지 12년 만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사망하거나 정년이 지나 각하되는 상황까지 벌어져 안타까움을 더 했다. 대상 판결의 재판 진행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민주노총 금속연맹 등은 현대차와 그 사내협력업체를 상대로 불법파견임을 이유로 (구)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고, 노동부는 이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위 도급계약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2004. 11월과 2005. 2월에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위반 혐의로 울산 동부 경찰서에 고발 조치하였다. 그러나 울산 동부 경찰서는 이들 기업 중 25개 회사에 대해서만 불법파견으로 판단하여, 기소 의견으로 울산지방검찰청에 송치하였으나 울산지방검찰청은 2006. 12월이 돼서야 현대차와 그 협력업체 모두에 대해 혐의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하였고, 부산고검 및 대검에 항고·재항고하였으나 결국 무혐의로 처분함으로써 형사사건이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위 2004년 노동부의 불법 판정 등을 근거로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최병승 외 1명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로 다투어 대법원(2008두 4367)에서 2010년 7월 22일에 비로소 불법파견임을 인정받았다. 또한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7명이 2005. 12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2010다 106436)에서 2015년 2월 26일 불법파견임을 인정받았으며, 이 판결은 기본 판결로써 대상판결들이 원용하는 판결이 되었다. 위 최병승의 현대차 울산공장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현대차와 기아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원고) 약 2,950명이 서울지방법원에 사측을 대상으로 근로자 지위 확인 등의 소를 제기하였고, 소송과정에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약 46%는 소를 취하하였고, 2022년 10월 27일 비로소 약 1,580명에 대해 대법원이 판결하였다.
근로자의 입사날짜에 따라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의 규정에 따라 '직접고용간주'(또는 '고용의제')가 적용되거나, 2006년 개정 파견법 제6조의 2에 따라 '직접고용의무'가 적용된다.
위 판결 목록들 중 현대차(2)의 경우는 직접고용간주만 적용되고, 나머지는 직접고용간주와 직접고용의무가 동시에 적용되는 사건이므로 직접고용간주가 적용되는 경우(근로자 지위 확인 및 임금 차액 청구)는 현대차(2)를 중심으로, 직접고용의무가 적용되는 경우(고용의 의사표시 및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는 현대차(1)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 여부
대상판결과 원심은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대한 기본 판결을 전제로 근로자 파견관계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다.
1)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는 공정(직접 생산공정) :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는 공정은 크게 프레스공정, 차체공정, 도장공정, 조립공정으로 나뉠 수 있는데, 이러한 공정에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와 공동 작업을 하는 등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었던 사실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파견관계를 어렵지 않게 인정할 수 있다.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었던 대법원 2008두 4367 판결, 대법원 2010다 106436 판결도 의장, 엔진조립 공정을 담당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였다.
2)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은 공정(간접 생산공정) : 생산관리(서열·불출), 품질관리, 내수출고 PDI(차량 출고 전 점검 및 보완하는 최종 공정단계), 수출방청 등의 간접 생산공정의 경우에도 모든 심급에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받았다. 간접 생산공정도 실제 업무수행 과정에서 시·종업시간, 휴게시간, 연장 및 휴일 근무시간의 근무시간 등 근로조건의 설정·관리 방식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직접 생산공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사양일람표, 서열 모니터, PDI 정비지침서 등을 통해 해당 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업무지시를 하는 등의 지휘·명령권을 행사한 반면, 사내협력업체가 스스로 독자적인 지휘·명령을 하였다는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고, 해당 공정의 작업량이나 투입 인원 또한 컨베이어벨트의 작동 속도 및 생산량을 감안하여 책정되는 등 간접 생산공정의 경우도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3)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경우 :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경우는 사실관계에 따라 일부는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 하였고, 나머지는 원심을 유지하였다. 원심은 근로자파견인지 여부는 형식적인 계약서의 작성 여부보다 해당 업체들 사이에서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실질적인 경위와 내용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1차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수출방청업무를 담당하거나 의장라인 부근에서 생산관리업무를 담당한 원고들이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라고 하여 피고를 사용사업주로 하는 근로자파견관계가 부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고, 대상판결도 이러한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다. 한편 대상판결은 일부에 대해 원심이 위 [판결요지]와 같은 판단 요소에 관한 사정들을 보자 구체적으로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 하였다.
대상판결은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공정(간접 생산공정)을 포함한 전반적인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로써 의의가 있고, 그동안 이중업무도급 내지 이중파견으로 논란이 있었던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서도 근로자를 실제로 사용한 사업주에게 파견법에 따른 사용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3. 불법파견의 법적 효과
1) 직접고용간주(고용의제)가 적용되는 경우
①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의 직접고용간주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파견근로를 개시한 날로부터 2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상판결들은 원고들이 근로자 지위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들에 대해서 피고에 고용된 것으로 간주되는 시점부터 피고 소속 정규직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으며, 구체적인 임금액은 피고 소속 정규직이 받았던 임금에서 원고들이 사내협력업체로부터 받은 임금을 공제한 차액분이다.
② 대상판결은 구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 효과 발생 후 사내협력업체에서 근로관계 중단 또는 종료로 근로제공을 계속하지 못한 기간 동안 임금청구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은 직접고용간주 효과가 발생하였음에도 파견사업주와 사이의 근로관계 단절로 인해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근로제공을 중단한 기간이 있더라고, 파견근로자의 근로제공 중단이 사용사업주의 책임 있는 사정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다만 사용사업주가 현실적으로 파견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에 파견근로자로서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민법」 제538조 제1항에 따라 근로제공 중단 기간 동안 근로제공을 계속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이와 다른 결론에 선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③ 직접고용간주가 적용되는 원고들 중 단체협약에서 정한 정년(만 60세가 되는 해의 말일)이 도래한 원고들은 근로자 지위를 '확인할 이익'이 없어 원심을 파기하고 각하되었다.(원심 진행 중 정년이 도과한 원고들도 마찬가지로 1심을 취소하고 각하하였다.) 이는 '확인의 소'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의 이익'이란 당사자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이를 제거함에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 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되는데, 원고들의 정년이 도래하여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이 이들의 현존하는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불안·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유효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게 되었다. 판결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발생한 상황이다.
2) 직접고용의무가 적용되는 경우
대상판결은 2006년 개정 파견법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법적 성격을 판시한 종전 대법원 판결("개정 파견법하에서 파견기간 제한을 위반한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의하여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 또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하여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을 전제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다. 그 손해액은 파견근로 개시 시점부터 직접고용의무 발생일까지의 손해액[사용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임금 차별을 받은 파견근로자에게 그러한 차별(파견법 제21조 제1항)이 없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적정한 임금과 실제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액]과 직접고용의무 발생일부터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 지지의 손해액(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되었다면 받았을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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